
그는 분명 눈에 띄게 잘생긴 남자였다. 유럽에서 미남으로 이름을 날릴 만한 용모였다. 체구는 보통 크기를 넘지 않았지 만, 선이 우아하고 날렵했다. 얼굴은 거의 동양인처럼 거무스 레했고. 우수어린 크고 검은 두 눈은 여성들이 쉽게 뿌리칠 수 없는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. 머리칼과 콧수염은 칠흑 같이 검었다. 콧수염은 짧고 끝이 뽀족했는데, 밀랍을 발라 갈무리했다. 이목구비는 단정하고 호감이 갔는데, 얇은 일자 입술만은 예외였다. 살인자의 입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었다. 잔인하게 쭉 찢어져 앙 다문 입은 무자비하고 끔찍해 보였다. 콧수 염으로 입을 가리지 않은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.[주석 달린 셜록 홈즈 II/유명한 의뢰인, 872쪽]
여미새인 닥터 왓슨이 묘사하는 그루너 남작(Adelbert Gruner)의 외모. “동양인처럼 거무스레했고”라는 표현을 보면 당시 서양인들이 가지고 있는 동양인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듯. 참전 영국인이니 아마 ‘동양=인도/아프간’의 선입견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짐작도 해봄 직. 그런데 한편 제레미 브렛 주연의 셜록 홈즈 시리즈 해당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그루너 남작은 이 외모 묘사와 달리 거의 초로의 머리가 벗겨져 가는 배우가 맡았다. 완벽한 미스캐스팅.
